루멘리얼(LumenReal): 내가 만든 AI 화풍 — 회화적인 빛과 극사실의 중간
AI 이미지는 자꾸 만화 아니면 맹탕 사진으로 무너진다. 그 사이를 붙잡아 화풍으로 이름 붙이고, −3(회화적 빛)에서 +3(극사실)까지 돌리는 게이지로 만들었다.
나는 내 AI 화풍을 하나 만들었다. 이름은 루멘리얼(LumenReal). 회화적인 빛과 극사실주의의 '질감', 그 정확히 중간 지점이다. 한 줄로 하면 이렇다 — 표면은 사진처럼 진짜, 빛은 그림처럼 서정적. 그리고 그 중간을 고정된 한 점이 아니라, -3에서 +3까지 돌리는 다이얼로 만들었다.
스레드에 떠돌던 AI 프롬프트 하나를 내 화풍 '루멘리얼'로 바꿔본 실험 영상이다. Seedance 2.0 원본과 나란히 놓고 비교했다. (유튜브에서 바로 보기)
왜 만들었나
AI로 이미지를 오래 뽑다 보면 답답한 순간이 온다. 모델을 그냥 두면 그림이 자꾸 한쪽으로 무너진다. 만화 같은 플랫한 셀 애니가 되거나, 아니면 영혼 없는 스톡 사진이 된다. 둘 다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.
내가 붙잡고 싶었던 건 그 사이의 한 점이었다. 피부의 모공과 주름은 사진처럼 사실적인데, 그 위로 쏟아지는 빛은 한 폭의 그림처럼 성스럽고 따뜻한 상태. 평범한 골목, 평범한 손, 평범한 물건이 빛 하나로 숨이 멎는 장면이 되는 그 지점.
두 극: 빛과 질감
핵심은 "둘 중 하나"가 아니라 "둘 다"라는 것이다. 나는 이걸 두 개의 극으로 정리했다.
- 빛 (회화적) — 영혼: 창틈으로 쏟아지는 빛기둥, 렌즈 블룸, 윤곽을 도는 역광, 채도 높은 노을, 공기 중에 반짝이는 먼지. 색으로 감정을 말하는 부분.
- 질감 (극사실) — 몸: 피부의 모공과 솜털, 나뭇결과 손때, 천의 씨실날실, 물건의 무게와 닳음. 사진급 디테일.
기준(균형)에서의 규칙은 하나다. 어느 한쪽으로도 무너지지 않는다. 표면은 사진으로 읽히고, 빛만 그려진다.
위 그림을 보면 돌의 거친 질감, 화분의 이끼, 손끝의 물방울은 사진처럼 사실적이다. 그런데 화면 전체를 감싸는 부드러운 빛과 흩날리는 꽃잎은 분명히 그려진 빛이다. 이 둘이 한 프레임에 같이 있어야 한다.
루멘리얼 게이지 — -3에서 +3까지
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니, 이 화풍은 고정된 한 점이 아니라 하나의 축이라는 걸 알게 됐다. 그래서 눈금을 붙였다. 균형점(0)을 중심으로, 왼쪽으로 갈수록 회화적인 빛, 오른쪽으로 갈수록 극사실(질감)이다.
먼저 기준점, 0(균형). 여기가 진짜 루멘리얼이다 — 표면은 사진, 빛은 회화.
여기서 왼쪽(-)으로 다이얼을 돌리면 빛·색·서정이 올라간다. -3은 완전한 회화, 사진의 흔적이 사라진 순수한 빛의 세계다.
반대로 오른쪽(+)으로 돌리면 질감·물리·다큐감이 올라간다. +3은 연출을 완전히 뺀 다큐 사진 — 실제 광학과 피부 질감만 남는다.
세 장 모두 같은 인물, 같은 포즈, 같은 골목이다. 바꾼 건 게이지 값 하나뿐이다. 방향의 의미는 이렇다.
- 음수(-)로 갈수록 빛·색·서정성이 올라간다. 꿈, 판타지, 감정이 절정에 달하는 장면에 쓴다.
- 양수(+)로 갈수록 질감·물리·다큐감이 올라간다. 제품 클로즈업처럼 신뢰가 필요한 장면에 쓴다.
- 대부분의 장면은 0 근처에 둔다. 필요할 때만 다이얼을 한 칸씩 민다.
게이지가 생기면서 화풍이 규칙이 아니라 악기가 됐다. 장면의 감정에 맞춰 조율하는 것이다.
"이거야" 하던 순간
이 화풍은 머리로 설계해서 나온 게 아니라, 작업하다 발견했다. 제주 삼다수 공모전 영상을 만들면서 키프레임 화풍을 몇 번이나 갈아엎었다. 플랫한 셀 애니로도 가보고, 반실사로도 가보고, 과하게 실사로도 가봤다. 전부 어딘가 어긋났다.
그러다 프롬프트에 두 극을 동시에 강하게 박아 넣고, 스토리보드를 스타일 기준으로 물렸더니 — 돌하르방의 화강암 질감은 그대로 살아 있는데 하늘은 한 폭의 그림처럼 터지는 장면이 나왔다. 그때 "이거야" 소리가 절로 나왔다.
노인의 얼굴을 보면 그 균형이 가장 잘 드러난다. 주름 하나하나, 흰 수염의 결, 검버섯까지 극사실인데, 그 위를 감싸는 따뜻한 빛이 얼굴을 성스럽게 만든다. 사실적이라서 믿게 되고, 빛 때문에 아름답다.
도구가 아니라 시선
나는 이걸 단순한 프롬프트 프리셋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으로 보기로 했다. AI가 그림을 대신 그려주는 시대에, 남는 건 결국 "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" 하는 시선이다. 루멘리얼은 내가 세상을 담고 싶은 방식이다 — 진짜인데, 빛나는. 이제 그 시선엔 -3에서 +3까지, 눈금까지 생겼다.
앞으로 내가 만드는 영상과 이미지는 이 화풍 위에 짓는다. 이름을 붙였으니 이제 내 것이다.